미디어로 보는 아이디어

국내외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소개합니다.

미세먼지, 거대 공기청정기로 잡을 수 있을까?
  • 등록일2019.01.29
  • 조회수100
  • 댓글0

지난 주말 기록적인 미세먼지에 놀란 필자는 뒤늦게 공기청정기를 구매했다. 거실에 두려고 18평형을 샀는데 70만 원이 넘는 가격이라 좀 어질했다. 어쩌다 우리가 (온도는) 쾌적한 봄날 창문을 꼭꼭 닫고 집안에서 공기청정기에 의지해 숨 쉬는 신세가 됐을까. 아무튼 오늘(29일) 오후 세 시에 설치하러 온다고 하니 서둘러 글을 써야겠다.


미세먼지 하면 중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는 주장에서 우리도 만만치 않으니 남의 핑계 대지 말라는 의견까지 다양하지만 여러 데이터를 보면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절반은 중국에서 오는 것 같다.


한반도가 중국 바로 동쪽에 있고 이 위도에서 주로 서풍이 부는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다만 중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니 좀 섭섭하긴 하다. 보상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 공동 대책을 마련하자는 건데 말이다.


물론 중국이 자국에서도 미세먼지를 외면하는 건 아니다.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나라보다 높은 중국에서는 매년 110만 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 사망하고 있다. 인구비를 고려해도 우리나라보다 몇 배나 된다. 그러다 보니 중국인들의 미세먼지 스트레스도 심각한 상태이고 중국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중국 시안 도심에 설치된 거대 공기청정기 파일로트 설비의 기둥(굴뚝) 내부에서 하늘을 향해 찍은 사진이다. 따뜻한 공기가 굴뚝을 타고 올라갈 때 설치된 필터가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깨끗한 공기를 내보낸다. ⓒ David Cyranoski/네이처

 

깔때기 뒤집어 놓은 구조


학술지 ‘네이처’ 3월 8일자에는 중국에서 개발 중인 거대 공기청정기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집안처럼 폐쇄된 공간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장치가 아니라 도심에 설치해 대기에 퍼져 있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다. 건물 내 공간과 비교하면 사실상 무한한 공간에서 이게 가능한 얘기일까.


중국 중부 산시성 시안의 중국과학원 에어로졸화학물리학실험실 카오준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안 도심에 약 22억 원을 들여 아파트 20층 높이인 60m짜리 거대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설비의 형태는 우리가 익숙한 공기청정기의 거대 버전이 아니라(그랬다면 22억 원으로는 어림도 없다!) 멀리서 보면 공장 굴뚝처럼 보이는 단순한 구조다.


이 거대 공기청정기는 자세히 보면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형상으로 아래에 바닥과 간격을 두고 벌어진 입구가 놓이고 가운데 굴뚝이 세워져 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거대 깔대기 입구(지붕)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햇빛이 내리쬐면 그 아래 공기가 데워진다. 겨울에 해가 나면 난방을 안 해도 온실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 가운데 굴뚝 구멍으로 들어간다. 굴뚝 내부에는 필터가 설치돼 있어 공기가 올라가며 미세먼지가 걸러진다. 그 결과 공기가 굴뚝을 빠져나올 때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상태다.


한편 더운 공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주변에서 찬 공기가 들어와 메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변 대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거대 공기청정기의 작동 메커니즘을 도식적으로 보여주는 일러스트다. 해가 뜨면 경사진 유리지붕 아래 공기가 데워지면서 가운데 굴뚝으로 들어간다. 굴뚝 안에는 필터가 있어서 미세먼지가 걸러지고 깨끗한 공기가 배출된다. 주변 찬 공기가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며 사이클이 반복된다. 시안의 파일로트 설비는 하루에 500만~800만 입방미터의 공기를 걸러낸다. ⓒ 강석기

 

주변보다 19% 낮아


지난 1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2주 동안 연구자들은 장치 주변 10평방킬로미터에 설치된 측정기 열 대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잰 결과 주변 도심보다 평균 19% 낮았다.


연구자들은 이 장치가 하루에 500만~800만 입방미터의 걸러진 공기를 내보낸다고 분석했다. 놀랍게도 이 설비는 파일로트, 즉 현장 실험용 설비이고 연구자들이 구상하는 건 기둥 높이가 무려 300m인 초거대 공기청정기다.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 않다. 설비를 짓고 운영하는데 막대한 돈이 들어갈 텐데, 미세먼지를 덜 배출하게 하는데 그 돈을 쓰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카오 박사는 파일로트 설비의 경우 연간 유지비가 3만 달러(약 3300만 원)에 불과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반면 원조 거대 공기청정기를 구상한 프랑스 국립고등화학연구소의 화학공학자 르노 드 리히터 박사는 “아주 잘 디자인되고 잘 만든 원형(prototype)”이라고 극찬했다. 중국 중앙정부도 관심을 보여 지난달 중국과학원 바이춘리 원장이 시안을 방문해 설비를 둘러봤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미세먼지 저감에 초점을 맞추는 건 이론적으로는 맞고 그래야 하지만(내보내고 수거하느니 아예 안 내보내는 게 상책이므로)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량 2부제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현대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문명의 안락함에 깊이 중독돼 있다는 말이다. 저감 노력과 함께 기왕 나온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일도 긴요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당국자나 연구가들도 시안을 방문해 거대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도입 여부를 적극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출처 : https://bit.ly/2RnlUvK

    사이언스타임즈 연계 · 협력을 통해 제공되는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