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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취업 장벽 'AI'…구직자 등골 더 휜다
  • 등록일2018.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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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과 KB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직원 채용 과정에 인공지능(AI)이 잇달아 등장하고 있다. 신 산업기술을 이용해 채용 판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다. 하지만 구직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AI가 자소서 표절여부·필요인재부합도 따진다

 

롯데그룹은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 및 동계 인턴사원 공개채용을 지난 9월 5일부터 14일간 진행했다. 모집 분야는 식품, 유통, 석유화학, 금융 등 총 45개로, 채용 인원은 신입 공채 800명과 동계 인턴 300명 등 1100명 규모다.

 

특이점은 이번 하반기 채용부터 전 계열사의 서류전형 심사에 AI시스템을 도입한 부분이다. 롯데는 이미 지난 상반기에 5개 계열사의 서류전형 심사에 AI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한 바 있다. AI 시스템의 역할은 크게 2가지다.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보고 지원자가 조직과 직무에 어울리는 지 판별하는 '필요인재부합도 분석'과 표절여부를 따져 지원자의 진실성 및 성실성을 판단하는 '표절분석' 기능이다. 이로써 롯데는 AI 분석 결과를 서류 전형에 참고해 합격자를 선발한다.

 

롯데는 실제로 지난 상반기 채용에서 AI의 효율성을 체감했다. 평가의 신뢰성과 정확도가 올랐고, 기존 일주일 가량이 필요했던 자기소개서 검토 시간은 8시간으로 줄었다. 수많은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 감독관의 경우 평가에 본인의 주관을 개입하거나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AI를 활용하면 전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세밀히 검토하기 때문에 투명하고 불편부당한 평가를 낼 수 있다.

 

채용에 AI를 활용하는 까닭을 묻는 질문에 김민석 롯데그룹 영엄팀 책임은 "상반기 테스팅 때 면접관의 판단과 AI의 지원자 매칭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 AI 도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공정성과 객관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지난 상반기 채용 결과를 분석하니 AI시스템의 '필요인재 부합도'의 평가결과가 우수했던 지원자가 그렇지 못한 지원자보다 실제 역량면접 평가 시 더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고 덧붙였다. 전 계열사로 AI를 확대 적용한 이유에 대해서는 "끊임 없이 데이터를 확보해 차후 AI 판단 결과가 채용 과정에서 의미 있는 참고자료로 작용하려면, 전 계열사로 범위를 확대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는 AI의 판별을 면접관이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 뿐"이라며 AI를 채용과정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채용은 굉장히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며 "AI가 회사가 알아야 할 피면접자의 세부 사항을 정확하게 기록하고 판별하는 능력을 기를 때까지는 채용에 적극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정장 차려 입고 AI와 면접 본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 하반기 415여 신입행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면접에 AI를 활용키로 했다. AI를 활용한 면접 시스템을 도입한 것은 국민은행이 은행권에서는 처음이다.

 

면접전형은 1차 면접과 2차 면접으로 나뉘는데, 1차 면접에서는 PT면접과 토론면접을 실시한다. 2차 면접은 온라인 면접과 대면면접으로 진행되며, 온라인 면접은 AI 시스템으로 실시한다. AI 분석을 통해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지원자들의 장단점, 주요 특징 및 적합한 직군을 파악해 대면면접 시 참고자료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은행 온라인면접 절차 (사진=국민은행)

 

AI 온라인 면접의 경우, 면접 대상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볼 수 있다. PC와 웹캠, 마이크를 준비해 정해진 기간 안에만 응시하면 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AI 판별이 채용 당락을 판가름하지는 않는다"며 "AI는 온라인 면접에서 피면접자가 발화하는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빈도를 따진다. 어떤 특정 키워드를 자주 언급하는지, 감독관이 필요로 하는 워딩을 했는지 등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면접에 AI를 도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면접 대상자 개개인의 인상이나 컨디션들이 면접 결과를 좌지우지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더러 생긴다"면서 "주관적일 수 있는 요소에 최대한 객관성을 부여하여 공정한 채용이 이뤄지도록 했다"고 답했다.

 

이미 대기업 5.7%가 채용에 AI 활용

 

롯데와 국민은행 등 기업들 사이에서 '4차산업혁명식' 채용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주요 대기업 채용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규 채용시 AI 활용 여부를 묻는 질문에 8.2%(10개사)가 '활용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5.7%(7개사)가 '이미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채용 전형에 AI를 이미 활용하고 있는 기업은 7개사로 '서류전형' 5개사, '면접전형' 3개사가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활용해 지원자의 서류전형 기술내용이 당사 인재상과 어느 정도 부합하는지를 분석하고 부합도를 면접관에게 제공하는 곳도 있었다.

 

다만 현재까지 AI 채용의 범용성은 미비한 수준이다. AI의 이른바 '채용 도우미' 역할에 회의적인 채용 담당자와 감독관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기를 거듭할수록 확산하는 'AI 채용붐'에 각계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구직자들은 신기술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다퉈 신기술 활용하는 기업들의 틈바구니에 낀 구직자들

 

이같은 추세에 대해 한국생산성본부 인공지능과정 담당자는 "AI를 활용한 채용은 세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채용 과정에 있어서 AI 도입은 기업의 선택이니 타자가 왈가왈부할 사안은 아니다. AI 채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판매하는 중소기업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빅데이터를 통해 지원자들의 성향을 분석하고 분류하는 알고리즘 체계가 보다 섬세하고 정확해진다면 채용 과정의 일부로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 AI 판별이 주자료는 될 수 없겠으나 서버자료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진=사람인)


반면 구직자들 사이에서는 '불필요한 AI 면접 때문에 불안감과 답답함만 키우게 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채용플랫폼 사람인이 최근 구직자 62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I면접 준비현황' 설문조사에서는 47.5%가 AI면접 도입으로 '취업부담감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또 현재 AI면접을 준비하는 구직자의 비율은 21.4%나 됐다. 준비하는 이유로는 '기존의 면접전형과 달라 생소해서'(43.3%)가 압도적이었다. 이어 '최근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서'(35.8%), '중요한 전형이라고 여겨져서'(23.9%), '잘 볼 자신이 없어서'(16.4%), '나에게 불리한 전형이라고 생각해서'(14.9%)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준비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정보 부족’(39.6%)이 가장 컸다. 또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음'(26.1%), '평가 기준을 모르겠음'(22.4%), '일반 전형과 동시 준비에 대한 부담감'(7.5%), '새로운 전형 준비비용 증가'(4.5%) 등의 답변이 있었다. 이들 가운데 51.5%는 AI면접 도입으로 인해 취업준비 시간이 늘어났다고 했다.

 

제대 후 1년 째 공기업 입사를 준비하고 있는 김경민(27세,남) 씨는 잇단 AI채용 소식에 "원하는 공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많아 힘들다. 이제는 AI까지 시간을 들여 대비하고 공부해야 하나 자괴감이 든다. 취업 준비생들이 마치 AI와 빅데이터 등 신 산업혁명의 실험 대상이 된 것 같다"며 씁쓸해 했다. 금융업계 위주로 입사 준비를 하고 있는 송현주(26세,여) 씨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한 AI 음성비서 등의 서비스는 아직 허점이 많고 불완전한 형태인데, 기업들이 어떤 근거로 중요한 채용과정에 AI면접을 도입하는지 모르겠다"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이 되기 위해서는 AI에게 검증 받아야 하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