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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문화 바꾸는 메이커운동
  • 등록일2018.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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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창의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상 흐름에 쫓겨 창의성을 펼쳐볼 틈도 없이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직원이 창의성을 발휘할수록 기업이 성장한다

 

 

우리는 각자 창의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세상 흐름에 쫓겨 창의성을 펼쳐볼 틈도 없이 지내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회사는 창의성보다 분석과 비판적 태도를 요구하는 경향이 크다. 최근 정보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넘쳐나는 정보에서 무엇이 가치 있는지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이 중요해져서다.

 

이런 이유로 기업은 정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는 직원을 혹시 모를 위험에서 기업을 구할 인재로 여겼다. 반면 창의적인 사람은 ‘무모한 도전’으로 회사를 위험에 빠뜨리는 존재로 인식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에 따르면 하루 평균 직장인 업무시간 중 회의시간이 15%를 차지한다. 그리고 대부분이 형식적인, 즉 보여주기식 회의라고 설명한다.

 

직원들은 회의시간에 무언가 말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갖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보다는 다른 직원 의견에 제안을 더하는 식으로 회의가 이어진다. 대부분 ‘실패한 창작자’가 되기보다 안전한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MIT 슬론매니지먼트리뷰는 말한다.

 

모두가 메이커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기업문화에 메이커운동(Maker Movement)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메이커운동은 일반적인 직장인 뿐 아니라 예술가와 과학자, 엔지니어, 그리고 취미를 가진 모든 사람들을 대변한다.

 

‘메이커’는 미국 IT출판사 오라일리(O’Reilly)의 창업자 데일 도허티가 처음 정의했다. 그는 2012년 MIT에 기고한 글에서 “메이커를 발명가와 혼동하면 안 된다”며 “모두가 자신을 발명가라 부르지 않지만 메이커는 누구나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도허티는 기업이 메이커운동을 수용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지인을 사례로 들었다. 지인은 당시 메이커 페어에 참여해 14살짜리 아이가 발명한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이가 발명한 것이 회사에서 1000만 달러(약 112억원)를 투자해 개발하던 ‘홈 자동화 시스템’과 놀랍도록 비슷해서다.

 

2015년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 열린 메이커 페어에서 한 메이커는 직접만든 코뿔소 모양 자동차를 선보였다.


도허티는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기업이 회사 안팎으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메이커 커뮤니티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얻고, 회사에 필요한 인재를 찾아야 한다. 또 사내 인재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기업을 성장시킬 메이커이기 때문이다.

 

협동적 혁신 이끄는 메이커 페어

 

2009년에 있었던 강연에서 구글의 최고 경제학자 할 베리안은 라이트형제가 어떻게 석유엔진과 자전거 기술, 그리고 연 날리는 기술을 합쳐 비행기를 만들 수 있었는지 설명했다. 그는 이것을 ‘협동적 혁신(combinatorial innovation)’이라고 불렀다. 아이디어와 발명, 기술, 그리고 다양한 컨셉이 모여 마법을 만드는 것이 현시대 메이커운동의 의미라고 베리안은 강조했다.

 

협동적 혁신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메이커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를 말할 수 있다. 그는 물리학과 컴퓨터 공학,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에너지 연구와 같이 수많은 분야와 협동해 자율주행차 개발이라는 마법을 이끌어냈다.

 

협동적 혁신을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현장이 ‘메이커 페어’다. 메이커 페어는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배이 에어리어에서 처음 시작됐다. 처음엔 작은 수공예품을 전시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것이 매년 20만 명이 넘는 참여자를 모으며 지역 축제로 발전했다. 현재는 뉴욕을 거쳐 도쿄, 로마, 파리, 그리고 베이징 같은 세계 여러 도시로 점차 확대됐다. 2012년 이후 개최된 메이커 페어 수만 400여 개에 달한다. 한편 서울에서도 ‘메이커 페어 서울’이 열리고 있다. 2012년 처음 시작해, 올해는 오는 9월 29일부터 30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어떤 이는 이러한 움직임이 기업에게 위협이 될 거라고 우려한다. 1인 메이커가 늘어날수록 대량 생산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 기업이 타격을 입을 거라는 우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커 페어에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있다. 미국 오토데스크, GE, 인텔 같은 기업들은 크고 작은 메이커 페어를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위협이 아닌 ‘기회’로 보고 있다.

 

2016년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메이커페어에서 아이들이 전자제품 만들기를 체험하고 있다.


메이커 페어가 가치 있는 이유는 이곳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상업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어서다. 미국에서는 메이커 페어가 지역 관광 수입에도 일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는 얘기다.

 

데일 도허티는 이런 말을 했다. “메이커 페어에서 서로가 만든 것을 공유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나누는 단순한 행동이 세상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극대화

 

2014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서는 ‘메이커 정상회담(Maker Summit 2014)’이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2014년부터 백악관은 매해 직접 메이커 페어를 개최하고 있다. 토론회는 백악관 주최 메이커 페어와 함께 열렸다. 세계 메이커가 모여 메이커운동의 의미와 장래를 토론했던 이 행사에서 전문가들은 메이커운동이 장차 기업과 사회에 끼칠 영향을 제시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에서 정리한 토론회의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이들은 첫 번째로 기업 업무가 ‘프로젝트’ 중심으로 바뀔 거라고 말했다. 미래에는 소규모 개발자와 생산자가 온·오프라인으로 소통하면서 프로젝트 위주로 일할 거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로 ‘다품종 소량생산’이 극대화될 거라고 말했다. 생각이 다른 다양한 소비자의 주문이 늘어 품종이 다양해지고, 생산 규모는 소량에 적합하게 바뀔 거라는 설명이다. 실제 출판업계가 이런 경향을 보이고 있다. KPIPA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책 1∼5종을 발간하는 출판사가 2013년 3730곳에서 2016년 4938곳으로 무려 1200여 곳이나 증가했다. 출판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소량의 책으로 만드는 ‘북 메이커’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세 번째로 제품 출시 전(pre-market) 소비 활동 비중이 커질 전망이다. ‘린 스타트업’ 개념을 알면 이해가 쉽다. 린 스타트업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면 빠르게 최소 수량으로 제품을 생산해 고객 반응을 보고, 지속적인 피드백으로 최적의 상품을 만들어내는 생산방식이다. 이 방식이 나오기 전 기업들은 기획에 따라 예산을 짜고, 돈이 모이면 제품을 한꺼번에 출시하곤 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출시 이후 반응이 나쁘면 투자금을 모두 날릴 수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 미국 벤처기업가 에릭 리스가 처음 린 스타트업 개념을 고안한 뒤, 실리콘벨리 스타트업들이 이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구현하는 메이커스페이스

 

카카오가 운영하고 있는 ‘카카오메이커스’도 이와 비슷한 서비스다.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라는 이름으로 메이커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시작했다. 다양한 메이커가 만드는 아이디어 제품 중에서 선주문으로 최소 수량에 도달한 제품을 구매한다. 판매자는 최종 확인된 수량만큼만 생산해 재고 부담을 없애고, 자기 제품을 홍보하는 창구로 이용할 수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서비스 시작 후 지금까지 총 172만개 제품이 재고 없이 주문제작으로 판매됐다. 카카오는 올해 이름을 카카오메이커스로 바꾸고, 하반기에 정식 애플리케이션 출시 계획도 밝혔다.

 

독일 베를린의 메이커스페이스.


네 번째로 아이디어 교환이나 상호 교류 같은 무형적 가치가 시장에서 점차 중요해진다. 이러한 경향성은 이미 세계에서 다양한 메이커스페이스가 빠르게 생겨나는 것으로 확인된다.

 

메이커스페이스는 3D프린터 같은 장비를 구비하고 있어 소비자가 원하는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작업공간이다. 개인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직접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과 동시에 다양한 메이커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다. 국내는 대학에서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대는 3D프린터와 목공시설을 갖춘 ‘아이디어 팩토리’를 갖춰 다양한 전공 학생들이 소통하고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도 성균관대 ‘러닝 팩토리’, 홍대 ‘GLUCK’가 있다.

 

마지막으로 많은 연구 개발(R&D) 비용을 투자해 제품 생산에 직결시켜 온 중앙집중형 기업 활동이 점차 수명을 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신 개별 아이디어 보유자를 활용하는 ‘분산형’ 기업 활동이 이 자리를 채울 것이라고 봤다. 더 자세한 내용은 원문인 ‘메이커 정상회담(Maker Summit 2014) 보고서’에서 볼 수 있다.

 

미래 제조 산업을 뒤바꿀 메이커운동

 

어떻게 보면 메이커운동은 가내수공업이 활발하던 과거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사람들이 물물교환으로 공동체를 운영하고, 5일장에서 직접 만든 물건을 판매하던 모습은 현대의 플리마켓, 지역 메이커 페어 장면과 겹쳐 보인다.

 

하지만 메이커운동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은 이것이 기업문화 뿐 아니라 교육과 경제, 문화, 그리고 산업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움직임이라는 사실이다. 또 아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무궁무진하다.

 

지난 8월호 테크M과의 인터뷰에서 박영숙 유엔미래포럼대표는 “다가올 미래에는 모든 직업이 자동화되고, 자신만의 창작물을 만드는 메이커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메이커운동은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기도 하다.

 

2014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오늘의 메이커가 내일의 Made in USA”고 말하며 메이커운동을 적극 지지함을 밝혔다. 그 결과 미 정부가 직접 주최하는 메이커 페어가 매년 열리게 됐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메이커운동이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올해 중소기업벤처부가 앞장서 메이커스페이스 65곳을 선정하며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홍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메이커스페이스를 350개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메이커운동이 단순히 취미활동을 넘어 제조 형태를 바꿀 거대한 흐름이 됐다는 사실은 확실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할 수 있게 하려면 정부와 기업에서 더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